톰 라이트의 《예수의 도전》에서 발췌
06 부활절의 도전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서의 초기 기독교의 발흥
이 논증의 첫 번째 단계는 기독교가 당시 유대교 세계 내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서 발흥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속한 네 가지 기본 단계는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초기 기독교는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성장했으나,
둘째, 유대교에서 ‘하나님 나라’는 특정한 의미들을 지녔고,
셋째, 이런 의미들이 실현되지 않은 게 확실한 만큼 우리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왜 하나님 나라가 탄생했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물어야 하고,
넷째, 우리는 역사가로서 그들이 이상한 고백을 하게 된 이유를 나름대로 가정해야 한다.
이제 이 기본 단계들을 하나씩 설명해 보자.
첫째, 초기 기독교는 자신들을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바울의 시대에 이르면 벌써 ‘하나님 나라’라는 어구가 그 운동과 생활 방식과 존재 이유의 약칭으로 통할 정도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 하나님 나라가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통치를 온 세상에 확립하려는 유대교 식 운동이기 보다는 새로운 개인적 • 영적 경험을 의미했다는 주장을 편다. 그것은 아니다. ... 바울이 “예수께서는 주님이시다”라고 말한 것은 카이사르는 주님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 예수를 그 중심에 두는 유대교 식의 ‘오직 하나님만이 왕’이라는 신학이다. 그리고 이 신학은 ... 유대교 식의 새 언약 공동체를 창조하고 유지했다. 기독교는 실로 유대교적인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이었다.
둘째, 그런데 앞으로 도래할 하나님 나라는 이스라엘이 포로 생활을 끝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말하자면, 이방 제국을 타도하고, 이스라엘이 등극하며, 야웨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셔서 심판과 구원을 베푸실 것임을 의미했다. 좀더 넓게 보면, 온 세상을 새롭게 하고, 우주를 위해 하나님의 공의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적인 차원의 실존주의적이거나 영지주의적인 체험이 아니라 공적인 사건이었다.
만일 당신이 1세기 유대인에게 “하나님 나라가 여기에 있다”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새로운 영적 체험, 용서받은 느낌, 사적인 영성의 재정립 등으로 설명했다면, 상대방은 당신이 그런 체험을 해서 기쁘다고 말하면서도 왜 그것을 하나님 나라라고 지칭하냐고 물었을 것이다.
셋째,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1세기 유대인이 상상했던 방식으로 오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해방되지 않았고, 성전도 재건 되지 않았으며, 악과 불의, 고통과 죽음은 여전히 판을 쳤다. 그렇다면 어째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왔다고 말했던 것일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답은 이렇다.
그것은 정치적인 상황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내면적•영적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삼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 이것은 초기 기독교 상황과 맞지 않다. 그리스도인이 고수했던 하나님 나라 신학에 대한 최초의 해설에서(이 내용이 부활에 대한 최초의 해설이 담긴 고전 15장에 함께 나온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바울은 그 나라가 두 단계의 과정으로 온다고 설명하면서, 유대인의 소망(하나님이 만유 가운데 계시는 것)이 우선 예수와 관련된 사건들을 통해 결정적으로 시작된 뒤에 장차 완전히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유대교 식 하나님 나라가 실제로 현존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포로 생활에서 복귀한 사람들인 것처럼, 새 언약의 백성인 것처럼 삶을 재정립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이 과정에서 그들은 왜 예수께서 주도하려 하셨다고 생각한 하나님 나라의 혁명을 계속 추진하지 않았는가?” “초기 기독교가 민족주의 운동도 아니었고 실존적인 사적 경험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넷째, 우리는(톰 라이트는) 역사학자로서, 하나님 나라를 간절히 기대했다가 자신들이 상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그것이 실현되었다고 말한 이 1세기 유대인 집단을 이해하려면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 이유가 예수의 몸이 부활한 사건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 기독교는 단지 하나님 나라 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부활 운동이었다. 그런데 부활은 1세기 유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